“구조협력 어려움에 건축사 역할 제대로 할 수 없다”…구조 인력 양성시스템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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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협력 어려움에 건축사 역할 제대로 할 수 없다”…구조 인력 양성시스템 마련돼야
  • 노윤주 기자
  • 승인 2022.06.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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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수요 폭발적으로 느는데, 협력 제때 받지 못해 건축사 업무수행 차질 지속
'구조 인력 양성시스템' 마련해 수급난 해결
협회, 인증원에 5년제 교육 심사기준 '구조분야' 학점이수 확대 요청

건축구조 분야 관계전문기술자와의 협력이 갈수록 늘어나며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이로 인한 업무협력 어려움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포항지진 대책 등 건축현장의 구조인력 수요가 폭증한 데다, 업계 전반에 걸쳐 구조협력에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교육 이수를 통한 자격인정제도 도입 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6층 이상 건축물 ▲특수구조 건축물 ▲다중이용건축물 ▲준다중이용 건축물에 더해 ▲3층 이상 필로티형식 건축물의 구조안전을 확인하는 경우 건축구조기술사의 협력을 받아야 한다. 2018년 12월 4일부터는 포항지진대책으로 필로티형식 건축물의 공사감리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3층 이상 필로티형식 건축물, 이른바 다세대, 다가구, 그리고 근생·다세대가 결합된 상가주택은 구조상 안전을 위한 공사감리 시 ▲기초바닥 배근 ▲필로티 기둥이나 벽체 배근 ▲보·슬래브 배근 3회에 걸쳐 관계전문기술자(건축구조분야)의 협력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최근 발생한 광주 해체 공사 붕괴사고로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건축사’를 포함한 ‘기술사사무소를 개설등록한 자로서 건축구조 등 직무범위를 등록한 자’가 건축물 해체허가를 위해 허가권자에게 제출하는 해체계획서를 작성·검토하게 된다. 가뜩이나 건축구조 협력을 받기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협력 차질이 가중되는 셈이다.

이렇듯 건축법에 따라 다세대·다가구·상가주택까지 전체 70∼80%에 달하는 대다수 신축 인허가·착공 건축물(한 해 약 4만여 건)의 구조 안전을 위해 건축사가 건축구조기술사와 의무적으로 협력해야 하지만, 사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본지가 세움터 조사 결과, 국내 건축사사무소는 1만5,396개(’22년 5월 기준)에 달한 반면, 한국기술사회 공식 통계(’20년 1월 기준)상 건축구조 기술사사무소는 591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고 싶어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구조·설비 등을 총괄하여 건축설계를 하는 설계자 및 공사관리·안전관리에 책임지는 공사감리자로서 역할을 하는 건축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술사회 통계상 '구조' 기술사사무소 등록 현황(20년 1월 15일 기준)
한국기술사회 통계상 '구조' 기술사사무소 등록 현황(20년 1월 15일 기준)

 

건축현장 구조인력 수요는 갈수록 폭증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일이 앞으로도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데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건축구조기술사 시험이 1977년 시행된 이래, 배출인원은 매 해 40명 안팎이다.

 

건축구조기술사 시험이 1977년 시행된 이래 배출인원 현황

 

최근 소규모건축 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구조협력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은 A건축사는 “최근 건축물 해체 관련 규제가 강화되며, 해체 쪽으로 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 업무량이 몰리다 보니 건축설계 관련 구조협력을 받는 게 더 어려워졌다. 가능하더라도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은 그런대로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지방의 경우 구조협력을 받을 수 있는 곳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라 “구조와 일하기 참 어렵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건축사가 현 체제하에서는 전문가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조협력 어려움에 처한 건축현장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구조인력 양성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가령 일정 교육을 이수한 건축사가 필로티 형식 건축물의 공사감리 때 구조협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실제 건축현장 인력 수급난으로 선임자격 확대를 시행한 사례도 있다. 최근 정부는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 현장이 크게 늘어나며 안전관리자 수급난이 심화하자,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개정해 ‘건설업 안전관리자 양성교육’을 편성, 교육을 받고, 조건을 충족하면 안전관리자 자격을 주도록 했다.

구조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사 구조역량 확보 일환으로서 우선 대학의 커리큘럼상 ‘구조교육’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협회는 ‘건축학인증 교육이력평가제도’ 심사기준 평가항목에 ‘구조분야’를 9학점 이상으로 의무적으로 이수하는 방안을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에서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대학 커리큘럼에 전문 구조분야 관련 내용을 보다 체계화하고 확충하여 궁극적으로 건축사의 구조역량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협회 관계자는 “각종 재난 사고 등으로 건축구조 안전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지만, 건축사가 현 체제 하에서는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총괄조정하는 입장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미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좋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축구조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며 “구조 인력 양성 시스템 마련, 대학 커리큘럼 ‘구조분야’ 교육 확대 등 구조인력을 조속히 공급하는 방안에 더해 건축사의 구조역량을 확보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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