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공사업체가 감리자 선정하는 결과 초래 '부실감리, 안전관리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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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공사업체가 감리자 선정하는 결과 초래 '부실감리, 안전관리 구멍'
  • 노윤주 기자
  • 승인 2022.06.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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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관리법' 하위법령 재입법예고 문제점은?
해체감리자가 공사업체 눈치보는 구조 만들어 안전관리 구멍 자초

정부가 5월26일, 감리자의 공공성·객관성을 약화시켜 부실감리를 조장하는 '건축물관리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해 논란이다.
결과적으로 건축주(관리자)와 최초계야갸한 해체 공사업체가 감리자를 선정케 하는 내용인데 감리자가 감독 기능을 수행해야 함에도 해체 공사업체 또는 건축주 눈치를 보는 구조를 만들어 구멍난 안전관리 시스템을 자초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작년 6월 발생한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 관련해 정부가 제도 개선책을 서둘러 마련 중인 가운데, 이번 하위법령은 해체계획서를 작성·검토한 자를 해체공사감리자로 우선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 건축물 해체 시 건축주(관리자)는 해체공사업체에 해체계획서 작성을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관련 법에 따라 2022년 8월 4일부터는 건축사 등 자격조건을 갖춘 자만이 해체계획서 작성·검토를 할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른 건축물이 해체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관리자가 해체공사업체를 선정하면 해체계획서 작성을 업체에 요구하고 다시 해체공사업체가 법 제30조 제4항·제5항(22.8.4시행)에 따라 건축사와 같은 전문가에게 해체계획서 작성 의뢰 및 검토를 받는다.
해체에 따른 해체계획서 작성·검토에는 ▲해체공사 공정 ▲건축설비의 이동·철거 및 보호 등에 관한 사항 ▲작업순서, 해체공법, 구조안전계획 ▲현장 안전통로 확보 및 낙하 방지대책 ▲해체물의 처리계획 등 건축물 안전과 관련한 종합적인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축사가 건물을 지을 때 관계전문기술자(구조·설비 등)의 도움 아래 안전, 기능, 환경, 미관을 종합적으로 판단·총괄하여 설계도서를 작성하듯, 건축물을 해체할 때 역시 역으로 관계전문기술자의 협력 하에 건축사가 총괄해 계획서를 작성·검토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정책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계획대로 해체되는지 지도·감독하는 감리를 건축사가 수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행법상 해체 건축사(해체 감리자)는 허가권자가 지정을 하게 돼 있다.

만약 이러한 업무 흐름에서 개정안에 따라 해체계획서 작성·검토한 자가 해체 공사감리자로 우선 지정될 경우, 결과적으로 건축주(관리자)와 최초 계약한 해체 공사업체와 유착관계를 가진 자가 해체감리자로 선정되는 결과를 초하게 된다. 감리자가 해체공사업체, 나아가 건축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감리의 공공성·객관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19년 7월 발생한 '잠동원 붕괴 사고' 때 해체 공사업체가 추천한 지인이 감리로 고용돼 '부실감리' 논란을 키웠다.
2019년 7월 발생한 '잠동원 붕괴 사고' 때 해체 공사업체가 추천한 지인이 감리로 고용돼 '부실감리' 논란을 키웠다.

정부는 2019년 서울 잠원동에서 해체 중이던 건물의 외벽이 무너져 생긴 사고 후속책으로 감리자가 건축주 눈치를 보지 않고, 실질적 감독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허가권자 감리 지정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건축주가 감리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건축주 대신 시·도지사 등 허가권자가 감리자를 지정하는 제도다.

이른바 '공영감리제'를 도입한 것인데, 잠원동 사고 당시에도 건축주는 해체 공사업체가 추천한 지인을 감리로 고용해 문제가 됐었다. 이번 정부의 대책은 부실한 안전을 지적하고 고쳐야 할 '감리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방향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한건축사협회는 법령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지난 5월 30일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의 현장 의견을 전달했다고 31일 밝혔다.

협회 건축법제국은 “감리자가 실질적인 감독 기능을 하려면 감리의 공공성·객관성을 보장해야 한다. 개정안대로라면, 해체 공사업체는 비용을 지급하는 건축주 눈치를 보는데, 감리자는 그런 공사업체 눈치를 보는 악순환이 벌어져 겉핥기식 부실 감리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건축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해체 건축물을 공영감리로 감독하겠다는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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