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시대에 H형강 다변화는 '거북이'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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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시대에 H형강 다변화는 '거북이' 걸음
  • 노윤주 기자
  • 승인 2022.06.0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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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인증 규격 95종 '日의 3분의1' 일부 구조물 현상서 용접해 사용
제강사 철근 수요감소 우려
반대 국표원, 중립적 판단 흔들린 탓 시공 탄력성 등 기술력 향상 저해
국내외 H형강 규격 종류 비교
국내외 H형강 규격 종류 비교

50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 시대에 도달했지만, 정부의 '거북이 행정'으로 인해 건축 신기술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가기술표준원의 보수적인 KS 인증 탓에 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H형강의 규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형편없이 적어 시공 탄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5월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층이나 초고층 건축물 건설에는 건축구조의 CORE(코어)를 잡아주는 H형강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H형강은 다른 건설자재에 비해 내진성능이 우수하고, 공사기간도 줄여주기 때문이다.

H형강의 규격은 세분화 되는데 층수가 올라갈수록 구조가 버티는 하중이 다르고 연면적에 따라 구조의 모양도 다르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내 H형강의 종류는 건축물이 올라가는 속도에 비해 더딘 실정이다. 

2000년대 들어 도심밀집화로 30층 이상이 보편화하고 최근 서울시의 지구관리계획 전면 개편으로 서울 아파트에도 50층 이상을 허용하게 된 반면 1962년 제정된 H형강 규격은 현재 95종에 불과하다.
그나마 1981년부터 2015년까지는 62종으로 묶여 있었고 2016년 82종에서 2021년 간신히 95종까지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118종)보다 27% 적으며, 일본(356종)에 비해 3분의1 가량에도 못 미친다.

 

한국강구조학회에 따르면 "국내 H형강 규격 단면수는 해외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적 편에 속하여 한국의 건설 기술력과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터무니 없이 적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규격은 시공의 효율성 저하로 이어지는데 초고층 건축물 기둥에 사용되는 KS 규격의 경우에는 900mm가 최대이며, 중국의 1100mm에 비해 단면 성능도 크게 떨어진다. 이로 인해 극후판 H형강이 필요한 초고층 건축물과 대형 압연H형강이 필요한 장대경간 구조물은 용접제작 H형강을 사용하거나 해외 제품을 수입해야하는 실정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용접으로 제작한 H형강은 공사비와 공사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둘째치고 설계 구현이 쉽지 않아 결국 해외에서 들여와야하는데, 국내 제강사가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 수입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이기에 일부 제강사에서 철근 수요 감소를 우려해 H형강 규격 다변화를 반대하는 것으로 들었다. 사실 건설기술력을 높이려면 현장에 다변화된 자재가 들어오도록 장려해야 하는데 정작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중립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 국가기술표준원은 H형강 KS 규격을 기존 82개에서 30개 추가하는 내용을 예고 했지만, 제강업계의 반대에 부딪쳐 13종 정도만 늘리는데 그쳤다. 그나마도 아파트 등 일반 건축물에 많이 쓰이는 400mm규격에서만 5개종을 늘렸고, 700ㆍ800ㆍ900㎜ 규격에서는 각 2개종씩 밖에 늘리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제강사들이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제철은 자체적으로 H형강의 새로운 규격 94종 브랜드인 'RHPlus(플러스)'를 론칭하고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 인증까지 받았지만 KS인증까지는 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수요업계에서는 KS인증을 내주지 않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2019년 서울대 건축학과팀이 KS인증을 받은 H형강 표준규격 확대안의 실효성을 분석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KS인증 82개종과 미국 H형강 규격을 적용했을 때 강재량 사용이 10% ~ 15% 정도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 효과가 뚜렷하고 탄소중립 시대에 강재 사용량 절감 효과까지 도출된다면 정부에서 적극 권장해야 하는 사안인데 오히려 보수적으로 KS인증을 내주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관계자는 "건설환경에서 최적화된 솔루션을 찾는다는 것이 제조업에는 생산성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지맘ㄴ 설계와 제작, 시공사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경제 효율을 판단하면 우리나라도 최소한 중국 수준의 H형강 규격은 가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대형건설사 건축본부 임원은 "고난이도 건축물 시공 계획을 짤 때 H형강 규격이 다변화되지 않은 점이 늘 발목을 잡고, 기술은 구현해줄 수 있는 소재가 뒷받침될 떄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정부의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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